[손원임의 마주보기] “나는 놀라워!”
영어의 “I am amazing!”, 즉 “나는 놀라워!”라는 말은 좋은 모토로 삼을 만하다. 아침에 침실에서 나오면서 이 한마디만 해도,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우리의 뇌가 참으로 신기하게도 거짓말에 아주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자신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암시는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살면서 때때로 그들을 지탱해 줄 삶의 신조 혹은 ‘모토(motto, 금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빛의 지혜’다. 삶의 모토라 하면, 가정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교훈 즉 가훈을 들 수 있겠다. 이제는 핵가족이나 싱글족이 일반화되면서, 더 이상 가문의 지침, 즉 가훈, 가헌, 가학, 가법이란 말들이 그렇게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향도 팽배하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엄격하고, 답답한 틀 안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청소년들은 사회의 유명인사, 스포츠인, 다양한 장르의 연예인이나 가수를 행동과 삶의 모델 대상으로 삼고 따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논리적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교리를 충성하고 따르며, 결국 전 재산을 바치고 배우자와 자녀들의 소중한 삶까지 희생시켜버리고 마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정치와 성 정체성, 문화적 성향 등에 있어서, 자신들만의 주장과 신념만을 고집하다가 결국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 간의 거리가 벌어져 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철학도, 종교도, 사상도, 교리도, 가훈도, 모토도 없다. 우리는 누군가가 주장하고 널리 퍼뜨리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설득력 있는 ‘흑백논리’ 자체에 더 이상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디에나 ‘회색지대(grey-zone)’가 존재한다.” 즉 우리의 삶을, 인생을 단 한가지의 논리로, 잣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동안 사람들이 충성하고 따르면서 ‘절대적 진리’로 믿었던 많은 것들이 시대적, 사회적 시각의 차이에 불과했다고 밝혀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상황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거짓과 오류로 드러나거나, 인류 문화적 관점과 설득력 있는 논변과 추론, 사조나 유행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과장, 축소되어 기술되고 평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우리 인간의 이성적인 인간 뇌는 ‘유용성’도 보인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게 맞고, 또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저 사람 말이 맞다. 이를 “너무 귀가 얇다”고 비판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이렇게 인생의 사안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다소 회의적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번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성당 앞을 지나다가, 아주 우연히 한 백인 남자 추기경(cardinal)과 마주쳤었다. 아마도 무슨 커다란 이벤트가 막 끝난 모양이었다. 와우, 너무나 놀랍게도! 나는 그 고귀한 분을 바로 코앞에서 아주 가까이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악수를 청했을 것이지만, 나는 그냥 이내 그 순간을 지나쳐 버렸다. 물론 그때 추기경의 손을 잡고 “신의 축복”을 받을까 말까 몇 초 동안 잠깐 망설였지만, 마침내 그 생각을 접어버렸던 것이다. 바로 조금 떨어져 있던 다른 여성분이 그 기회를 잡아 추기경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거 아는가? 이후 조금 더 길을 걷다 보니, 아주 금방 추기경도, 축복도, 또 그 상황도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안타깝지도, 후회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나도 이제 나이 들고 늙어가는 모양이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라 하지 않던가. 이 세상은 참으로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논리가, 교리가, 이론이 상존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멍하게 생각을 놓고 남들이 늘어놓는 거짓말에 속으며 살 수만도 없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사회의 흐름을 읽으면서, 자신의 합리적인 모토를 가변적, 유동적으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와닿고,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나도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찬 모토를 한번 정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러니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자.” 왜냐하면 “나는 놀라우니까!”말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위스콘신대 교육학 정신과 마음 유명인사 스포츠인